카카오 브런치 작가가 된지는 꽤 오래되었다. 한두해 전, 글로써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이 그 일을 못하게 되니 근질거려서 나의 이야기를 해보자 싶어 가족과 관련한 3-4개의 글을 업로드 했고 작가 신청을 하자 바로 승인이 떨어졌다. '이제부터 글을 쓰는 것을 허락합니다.' 내용의 메일이 날아온 걸 보고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난다. 허락받은 글쓰기. 재밌어보였다.
그러다 일이 바빠 잊고 살았다. 세상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것만 좇다보니 내가 관심있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그것도 철저하게. 가끔 '아, 맞다. 나 그런 거 하고 싶었는데' 생각이 들라치면 당장 내일의 업무가 더 묵직하게 마음을 짓눌렀고 키보드 위에 올라가 있는 내 손은 일처리를 하기 바빴다. 그렇게 먹고 사는 일에 몰두했다. 조금 더 여유로웠더라면 좀 달랐을까.
아니. 시간이 나도 다르지 않더라. 내멋대로 안식년을 선언하고 벌써 8개월 째 쉬고 있다. 이제 그 누구에게도 시간을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습관이 되어야 한다. 쓰지 않으면 근질거리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야하고, 생각을 그림처럼 펼쳐내고 싶어 안달이 나야한다. 그래야 글이 나온다. 나는 습관을 잃었고 감각은 무뎌졌다. (메타인지 중.)
'심각하네. 그럼 뭐부터 해볼까.'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잃어버린 것들, 잊고 있었던 것들, 다시 말랑하게 만들어 줄 무언가를 찾자' 내가 나에게 대답했다.
그래. 그게 답이겠다. 언젠가 꼭 한번 글로 남겨넣고 훌훌 털어버리리라 마음 먹었던 그 이야기들을 드디어 꺼내보기로 마음 먹었다. 어쩌면 구질하고 구차하고 찌질한 연애 이야기로 보일 수 있겠으나 사실은 나에 대한 고찰이며 성장기일테니. 누군가를 진득하게 좋아해본 이야기를 연재해보기로 했다. 다시금 나의 말랑한 감성과 연애세포(다 말라서 없어진 것 같지만)를 꺠우기 위하여.
독자가 생기든 생기지 않든 상관없다. (생기면 감격스럽겠지만) 매주 일요일 나와 지키는 약속하나를 만들었다. 몇개의 에피소드가 나올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 연재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2025년 6월 8일자로 끝날 예정이다. 궁금하다면...오백.... 아니 구경오시라. 매주 일요일 끝자락에.